[Pop]어딘가 이상한 케이팝 가사

2일전

· 조연수(음악 칼럼니스트)

편집 · 황은율(에디터)



1. 그냥 왠지...

“뭘 시켜도 오감을 만족하지, 지나가던 나그네, 비둘기까지, 까치까지.” 나그네, 비둘기, 게다가 라임을 맞추기 위해 넣은 듯한 까치. 이 소절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스트레이키즈의 ‘神메뉴’의 가사입니다. 여러분도 길거리를 걷다가, 혹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들려오는 노래의 가사에 멈칫한 경험이 있지 않나요?

가끔 등장하는 이런 이상한 가사는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나름대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유명해질 경우, SNS에서 밈처럼 쓰기도 하고요. 몰래 듣는 노래로 유명한 제국의 아이들의 ‘Mazeltov’는 “Latin girl, Mexican girl, American girl, Japan girl, Korean girl”이라며 각국의 소녀를 소환하는 가사가 있습니다. 피처링을 맡은 유영진이 소녀시대 멤버들의 이름을 차례대로 부르는 소녀시대의 ‘Beautiful Girls’나, 민호가 랩으로 멤버들의 소개를 늘어놓는 샤이니의 ‘The Shinee World’의 도입부처럼, 이상하면서도 한 번 들으면 잊을 수가 없는 가사도 있어요. 

한편, 그 당시의 신조어를 너무 대놓고 집어넣어 귀를 의심하게 되는 가사들도 있습니다. 샤이니의 ‘아미고’는 그 시절 ‘~녀’나 ‘~남’이 유행했기 때문에 “속 빈 남, 허세남, 비교 말아 나는 완소남” 같은 단어를 사용했죠. 투머로우 바이 투게더의 ‘Angel or Devil’에“요즘 사귀기 전엔 모두 삼귀어”라는 가사가 있고요. 타겟의 ‘실화냐’에는 서정적인 사운드와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가사 “지금 이별하는 우리 둘 실화냐”로 시작해 이 “실화냐”가 반복해서 나와요. 결국 유튜브 영상에는 음악이 슬프고 아름답다는 외국인 케이팝 팬들과 ‘가사 실화냐’는 한국인의 댓글이 함께 달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그런가 하면 반대로 가사가 유행어가 되는 예도 있습니다. 최근 나온 브레이브걸스의 ‘치맛바람’의 내숭 따위는 get nah joy babe”는 소소하게 화제가 되면서 ‘과제 따위는 get nah joy’, ‘출근 따위는 get nah joy’처럼 쓰이고 있죠.


2. 들을 땐 괜찮은데 생각해보니...

혹시 케이팝을 들을 때 가사를 하나하나 곱씹으며 들으시나요? 아무 생각 없이 들었을 때는 문제 없어 보이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이게 대체 무슨 뜻인가’ 싶은 가사들이 여기 있습니다. 

우선 엔시티 127의 ‘무한적아’에는 “자유로운 우리를 봐, 자유로워”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SMP 적인 가사를 흘러가듯 따라 듣다 보면 멀쩡해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종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 가사에 의미를 묻는 글이 올라옵니다. 마치 ‘밥을 먹는 우리를 봐, 밥을 먹어’라는 말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죠. 

블랙핑크의 ‘붐바야’도 이와 비슷한 느낌인데요, “문을 박차면 모두가 날 바라봄”이라며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자신을 자랑하는 가사가 있어요. 근데 이 가사를 보다 보면 드는 의문이 있다고 해요. 사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면 그게 누구든 놀라서 바라보게 되는 법이지 않냐’는 게 팬들의 장난스러운 지적입니다. 

이 밖에도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이과생은 못 듣는 노래’ 리스트가 있어요. 일반적인 사람들이 들었을 때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가사를 이과 쪽 공부를 한 이들이 도저히 넘길 수 없다고 하는 노래들을 모아놓은 거죠. 이달의 소녀 yyxy의 ‘love4eva’에 나오는 “콩팥까지 두근대”나 방탄소년단의 ‘DNA’에서 “내 혈관 속 DNA가 말해 줘” 같은 가사가 그 예시입니다. 한 이과생이 이 가사는 ‘그건 마치 우주 속 개미가 말해 줘’처럼 범주가 너무 넓어서 웃기다는 글을 올렸는데, 이 글을 본 RM이 이과 친구들에게 물어보겠다며 직접 피드백을 하기도 했습니다. 

비유적이거나 문학적으로 쓴 가사가 오해받는 일도 있어요. 아이즈원의 ‘비올레타’를 시작하는 가사, “눈 감아도 느껴지는 향기”는 당연히 향기는 눈을 감아도 느껴지지 않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우주소녀의 ‘해피’에서도 “다른 나라 말인 줄만 알았던 해피”가 ‘행복이 나와는 동떨어진 일인 줄 알았다’는 의미로 쓰였는데, 이에 ‘해피는 정말 다른 나라 말이지 않냐’는 말이 농담처럼 돌아다니기도 했었죠.


3. 조금 이상하지만 귀여우니까 괜찮아!

‘귀여우면 끝’이라는 말이 있죠. 그런 의미에서 너무 이상하지만 귀엽기도 해서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가사들도 있습니다. 

이달의 소녀의 ‘hi high’에는 이런 가사가 몇 번이나 나와요. “김밥처럼 넌, 만두처럼 달콤해”처럼요. 김밥이나 만두의 맛을 달콤하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텐데, 사랑에 빠져 정신이 없는 소녀의 모습을 돌려 표현하기라도 한 것일까요? “수능보다 더 사랑이란 잔인해”라는 가사도 쉽게 생각해 낼 수 없는 독특한 비유죠. 

트와이스의 ‘Likey’에도 “숨을 훕 참아 지퍼를 올리게, 다시 한번 허리를 훕, 으라차차차 다 입었다 baby”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예쁜 바지를 입고 싶어 배에 힘을 주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곡이 공개됐을 당시 ‘내가 알아들은 게 맞나 싶어서 듣다가 가사를 확인해 봤다’는 반응도 있었죠. 막상 무대에서는 정연과 지효가 파트를 너무 잘 소화해 이상하지 않고 그저 상큼하다는 반응을 얻었으니, 결과적으로 트와이스와 잘 어울리는 가사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이상하고 귀여운 가사들은 작곡가 Kenzie와 에프엑스의 조합으로 탄생한 곡들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나온 지 십 년이 넘은 ‘NU에삐오’의 “독창적 별명 짓기, 예를 들면 꿍디꿍디”는 인상 깊은 케이팝 음악 가사 하면 꼭 등장하는 소절입니다. “Hot summer”에서도 “땀 흘리는 외국인은 길을 알려 주자”“너무 더우면 까만 긴 옷 입자” 같은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듯하면서도 아이돌 노래에 등장하기에는 낯설고 특이해 보이는 표현을 사용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죠. 

또 최근에는 투머로우 바이 투게더의 음악이 신기한 가사가 많은 걸로 유명합니다.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에서는 “나풀나풀대는 너의 속눈썹 개수도 여기 수학 공식처럼 다 하나하나 외워 버리고 싶어”처럼 꼭 사랑에 빠져 횡설수설하는 학생이 생각해 낼 법한 풋풋한 비유가 인상적이에요. 


이렇게 아무리 이상한 가사일지라도 어울리게 소화만 해내면 명곡이 된다는 사실! 케이팝만의 귀여운 매력으로 여기면 좋을 것 같네요.